본문 바로가기
그 남자의 사생활/가슴뛰는 일상

순수하거나 혹은 찌질하거나

by 보통남자 개똥이 2021. 6. 19.
반응형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뜰 때의 남자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나또한 그런 시기가 있었다.

물론 보다 사교적인 성격의 친구들은 이성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도 보이지만, 적어도 나와 내 주변의 공대생 친구들은 그러했다.
흔한 찌질한 사랑의 시기, 아름다운 분위기에 취해 추억을 꾸미면 순수한 사랑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겨울이 지나가고 어두컴컴한 분위기의 공과대학 건물에도 꽃이 필 무렵.

나는 사랑에 빠졌다.


우리는 신입생 초기 같이 다니는 무리에 속해있었고, 자연스럽게 매일 함께 다녔다.
그렇게 수많은 남학우들 사이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밝게 웃는 그녀는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울지 궁금했고, 밤에 잠자리에 들때면 오늘의 아름다웠던 그녀가 자꾸 떠올랐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마음에도 문제가 있었다.
남중과 남고를 졸업하고 공과대학에 입학한 나에게는 미적분은 익숙하였지만, 사랑의 감정은 너무나 어려운 문제였다.
우리가 배우는 많은 것들은 공식에 대입하거나 이론을 외우면 정답이 있었지만, 사랑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
사랑도 경험이 있어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고, 나는 연애에 있어서 미취학 아동이었다.
그녀를 향한 사랑하는 마음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지만,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그녀 주위를 맴돌며 나의 기운을 표현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아름답게 추억하면 순수한 사랑의 표현이지만, 현실은 찌질한 공대생의 사랑이었다.
그렇게 그녀를 향한 나의 마음을 표현만 하고 있을 뿐,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관계의 변화에 대한 시도는 전혀 없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때를 추억하며 귀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때의 그녀에게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남사친1 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공대생1의 사랑은 시간속에 묻혀만 갔다.

찌질한 것이 모두 슬프다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분명, 그 시기에만 할 수 있는 미숙한 과정이었으리라.
그런 시간들이 모여 현재의 내 모습으로 성장하였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다.

지금,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나요?
반응형

'그 남자의 사생활 > 가슴뛰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애와 행복의 상관관계  (0) 2021.07.14
연애의 시작, 그 뜨거운 온도  (0) 2021.06.29
내 손을 잡아주세요.  (0) 2021.06.19
그녀의 삶에 스며들기  (0) 2021.06.19
주말에 시간 어때?  (0) 2021.05.29

댓글